피곤해...피곤해...이럴줄 알았어!!!!
전날 나가사키를 다녀온 피로감이 아침부터 몰려왔다. 사실 여행전 계획을 세우면서 3일째 아침은 굉장히 피곤할것이라는걸 예상하고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하루동안 가장 많이 돌아다녀야 하는 곳이 바로 나가사키 였기 때문에 다음날 분명히 피곤할거라 생각했었다. 그래서 계획하기를 여행 3일째 유후인 일정은 느긋하게 잡았었다. 하카타에서 오전 10시쯤에 출발하는 유후인노모리 열차를 타려고 했었다. (유후인을 방문할 때는 유후인노모리를 많이 이용한다. 관광특화 열차로 열차외관과 내부 디자인이 일반 열차와 다르게 제작됐다고 한다.) 그런데 일본도착 첫날 열차티켓을 교환할 때 내가 원하는 시간대가 매진됐다는 소리를 들었던 것이다.
열차티켓 교환소에는 일본인처럼 생긴 한국유학생이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안내를 하고 있어서 교환하는데는 큰 어려움은 없다. 하지만 내가 교환하려고 했을 때 분명히 내 차례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관광객이 그 청년에게 물어보는 바람에 날 도와주다 중간에 다른 관광객을 도와주느라 난 도움을 많이 받지는 못했다.
아무튼! 도움받기를 포기하고 티켓교환소 직원과 예매를 진행했다. 되지 않는 영어와 몸짓 손짓 모두 동원.
나 : "나는 10시 이후에 출발하는 유후인노모리를 타고 갔다가 유후인에서 오후6시 이후에 오는 열차를 타고 싶다"
역무원 : "니가 원하는 시간대에 돌아오는건 있지만 출발하는건 다 매진이다."
나 : "다른 열차도 좋다. 그시간대에 가는 열차면 아무거나 된다. 혹시 있냐?"
역무원 : "없다. 전부 매진이다. 니가 원하는 날 가려면 아침 7:45분에 가는거 밖에 없다."
나 : "그러냐? 그럼 그냥 그걸로 달라"
그렇게 교환된 열차표를 확인해보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일찍 출발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돌아오는 건 오후 6시쯤이니 너무 오래 있는것 같기도 하고 (여행전 검색해 본 결과 유후인이 아침 일찍가서 저녁 늦게까지 있으면서까지 볼게 많지는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침 일찍가는 만큼 돌아오는 시간을 바꾸고 싶었다. 다시 역무원을 불렀다.
나: " 돌아오는 열차시간을 바꾸고 싶다. 혹시 더 빨리 출발하는 유후인노모리 열차티켓 예매가능하냐?"
역무원 : "유후인에서 오후 3시53분에 출발하는 열차가 있다."
나 : "그게 유후인노모리냐?"
역무원 : "그렇다."
나 : "그럼 그 시간에 오는걸로 바꿔달라"
그렇게 열차표를 예매 해둔 상황이었던지라 3일째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하카타역으로 왔다.
여기가 하카타역이다. 유후인 열차 출발 안내가 전광판에 나오고 있다.
이 녀석이 유후인노모리 대신 내가 타고 갈 녀석이다. 이른 아침인데도 플랫폼에 관광객이 굉장히 많았다. 그것도 전부 한국 관광객. 전날 나가사키 갈 때까지만 해도 한국인들을 많이 보지 못했는데 이날 아침에는 플랫폼에 있는 사람 대부분이 한국 사람이었다. 역시 한국사람들은 부지런하구나.
그렇게 열차에 타서 내 옆자리에는 과연 누가 탈것인가? 하는 생각으로 출발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여자분이 앉았다. 플랫폼에서 상황을 보나 생김새로 보나 한국사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살짝 말을 걸어볼까? 하다가 괜히 한국사람이 아니면 민망할 것 같아서 한국사람이라는 확신이 있기 전에는 말을 걸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출발 후 약 30분 정도가 지나자 옆에 앉은 여자분께서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는게 아닌가? 슬쩍 보니 한국어로 작성된 관광안내책자였다.
역시 내 예감이 맞았어라고 생각하고 안내책자를 다시 가방에 넣자 살짝 말을 걸었다. " 혹시 한국분이신가요?" 갑작스런 한국말에 놀랐는지 흠짓 하더니 반갑게 인사를 해주셨다. 2박 3일로 혼자 여행오신 분이셨는데 서로 여행정보도 교환하면서 심심하지 않게 유후인까지 갔다. 참고로 하카타에서 유후인까지는 약 2시간 정도가 걸린다.
여기가 유후인 역이다. 사진속 가운데 아저씨는 모르는 분이시다. 그분 옆에 녹색으로 된 열차 이미지가 있는데 저 열차가 그 유명한 유후인노모리다.
유후인은 온천으로 유명하다. 숙박을 하면서 온천을 즐길 수 있는 료칸도 이쪽에 많이 있다. 하지만 료칸은 비싸다. 그리고 유후인은 긴린코 호수가 유명하다. 보통 유후인역에서 긴린코 호수까지 가는길에 길 양옆으로 줄지어 있는 상점을 구경하면서 이동한다. 내가 갔을 때는 한여름이라 나는 온천은 건너뛰기로 했다. 유후인역에서 긴린코까지 갔다가 오는게 내 계획의 전부였기 때문에 앞서 열차 예매 상황에서 돌아오는 시간을 일찍오는 편으로 바꿨던 것이다. 긴린코 호수까지 가는 방법은 다양하다 걸어서 가는 방법과 위에 보이는 말을 타고 가는 방법. 그리고 인력거를 타고 가는 방법이 있다. 나는 그냥 구경도 할 겸 천천히 걸어가기로 했다.
아침이라 그런지 한적한 유후인의 골목. 이곳은 긴린코 호수가는 길은 아니다. 직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살짝 잘못 들어갔다가 한적한 골목이 인상적이어서 사진을 찍었다. 혹시 나처럼 잘못 들어갔다가 이 골목길을 보게 된다면 잘못 들어온 길이니 되돌아 가면된다. " 그래! 이 골목 어떤 블로그에서 봤어. 이 길이 맞을거야" 하는 생각은 하지 마시길....
긴린코 가는 길가에 이런 독특한 디자인의 아기자기한 상점이 굉장히 많다. 음식점도 있고 액세사리 파는 가게도 있다. 맛집을 검색해서 먹고가도 되고 액세서리 가게에 들려 기념품을 사도 된다. 한가지 단점은 액세서리 가게의 경우 대부분 여성용품이 많다. 팔찌....귀걸이..뭐 그 따위것들. 그래서 유후인은 남자 혼자서 여행하기엔 쫌 그렇다.
저게 인력거다. 더운날 사람태우고 끌고가기 굉장히 힘들어 보인다. 오사카에 갔을 때도 본적이 있는데 모두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운행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도 북촌지역을 인력거로 관광시켜주는 젊은이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한국에서는 아직 실제로 보지는 못했다. 젊은 청년이 창업했다고 하는데 이름이 "아띠인력거"였던걸로 기억한다. 외국 대학을 나와서 증권사에서 일하다가 사무직이 적성에 맞지 않아 유학생 시절 경험했던 인력거 아르바이트 경험을 살려 창업했다고 들었다. 그런 사람들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사람들이 허드렛일에 도전하면 굉장하다고 말한다. 큰 용기가 필요하다고 대단하다고...하지만 나같은 평범한 사람이 그런일을 한다면 " 니가 할 수 있는게 그렇지 뭐" 따위의 비난을 들을것이다. 그런 편견들이 하루 빨리 사라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긴린코 호수로 계속해서 이동한다. 맘에 드는 상점이 있으면 들어가서 구경도 하고...하지만 남자인 나는 살게 별로 없다. 유후인은 남자 혼자서 여행하기 쫌 그렇다.
비도 안오는데 우산파는 가게가 많이 보였다. 우선이 참 독특하고 이쁘다. 비가 왔다면 하나 사볼만 했을텐데 비가 오기는 커녕 후텁지근하니 더워서 사고 싶은 생각이 들어도 들고 다니는게 귀찮아서 사기 싫어졌다. 비가 왔더라면 하나 샀을 텐데....
여기는 토토로 가게다. 토토로 관련 기념품을 파는곳이다. 역시 안으로 들어가봤다. 혹시나 내가 살만한게 있나? 해서 들어갔는데 역시나 없다. 손수건 이런건 있지만 내 맘에 들지 않았다. 뭔가를 사고 싶은데 이거 살수 있는게 없어서 참 난감하다. 그래서 누나에게 기념품으로 줄 토토로 동전지갑 하나 샀다.
꽤 유명한 금상고로케 집이다. 고로케 대회에서 수상을 여러번했다고 한다. 맛을 봐야 할것 같아 각각 다른 맛으로 두개를 샀다. 바삭하니 맛이 있긴 한데....
조금 느끼하다. 점심시간이 다가오는데 느끼한 고로케를 두개나 먹었다. 아마 점심을 먹지 못할듯 싶다.
고로케 먹고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가 닥터피쉬 체험하는 곳이 있길래 망설이다 들어갔다. 이거 처음해봤는데 신기하기 보다는 그냥 간질간질 하다. 비용은 15분에 1,000엔이다. 조금 비싼감이 있지만 이것도 다 추억이니깐...그리고 기념품 가게에서 남자는 살게 별로 없으니깐 이런데 나는 돈 쓰기로 했다.
날씨가 더우니깐 아이스크림도 하나 먹고....
그렇게 구경하다보니 긴린코 호수에 다왔다. 유후인역에서 약 1시간 30분 정도 걸렸던것 같다. 거리로는 그렇게 멀지 않다. 나같은 경우 중간에 길을 잘못 들기도 했고 기념품 가게 들어가서 구경하고 닥터피쉬 체험하느라 그정도 걸렸다. 보통은 30~4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다.
여기가 긴린코호수다 저 멀리 샤갈카페도 보이고 다행히도 여행기간 내내 날씨는 좋았다. 덥고 습하긴 했지만 그래도 비가 안오는게 어디야?
호수 주변을 둘러보고 더위도 피할겸 샤갈 카페에가서 간단히 점심을 먹던지 차를 마시던지 하려고 들어갔는데 역시나 사람이 많았다. 입구에서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서 다른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샤갈카페를 지나쳐 이곳저곳 둘러보다 한적한 카페가 보여서 다가갔는데 사람이 아무도 없다. 장사를 안하나? 하고 문을 열어보니 문은 열린다. 곧 이어 젋은 주인 아가씨(아가씨인지 아주머니인지 모르지만 젊었다)가 나오셨다. 커피 마실 수 있는지 물어보니 마실 수 있다고 해서 들어갔다. 오는길에 고로케를 먹어서 그런지 점심 생각은 없어서 그냥 커피만 마시기로 했다. 시간도 많아서 여유롭게 책도 좀 읽고 있으니 다른 손님이 들어오시더라.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라 손님이 많을 법도 했는데 좀 한산했다. 하지만 조용한 분위기의 마을에서 이렇게 카페 운영하는 주인 아가씨가 좀 부러웠다. 물론 장사가 안된다면 그것도 큰 고민이긴 하겠지만 복잡한 도시생활보다는 이런 여유있는 삶이 난 좋다. 그래서 부러웠다. 장사가 더 잘되길 속으로 바랬다.
한시간 정도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다시 유후인 역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아직도 속에서 고로케 먹은 느끼함이 있어서 파인애플 하나 입에 물고....
유후인역에 왔는데 날씨가 좀 이상해졌다. 뭔가 큰 비가 내릴것 같은 흐릿함이랄까?
열차시간이 조금 남아서 유후인역 근처에 있는 무료 족욕탕으로 갔다. 온천수로 족욕을 할 수 있는 곳인데 물이 그렇게 깨끗한 편은 아니다. 하지만 발의 피로를 풀기에는 괜찮다. 따로 수건같은건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가려고 할 경우 발을 닦을 수 있는 수건하나 가져가면 좋다.
열차시간이 다 돼서 플랫폼으로 갔다. 열차를 기다리면서 무심코 찍었는데 느낌이 괜찮다. 그래서 안지우고 그냥 놔뒀다. 이 느낌 아니깐.........
드디어 유후인의 인기인 유후인노모리가 들어온다. 플랫폼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사진찍으려고 나란히 서서 사진찍고 있다.
아래는 유후인노모리님 입장하시는 장면이다.
유후인역에서 날씨가 이상야리해지더니 가는 중간에 엄청난 폭우가 왔다. 소나기 치고는 좀 많은 양이었다. 하카타에도 비가 오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비가 오던 순간만큼은 분위기 있고 괜찮았다. 유후인 가는 길에 보이는 주변 풍경이 굉장히 좋았다. 갈 때는 우연히 만난 한국여성분과 이야기 하면서 가느라 풍경을 제대로 못봤는데 오는길에는 옆에 일본 여자분이 앉으셔서 풍경만 보면서 왔다. 그런데 나는 유후인에서 관광보다 열차에서 바라보는 주변 풍경이 더 마음에 들었다. 그 좋은 풍경에 중간에 폭우가 내려 창문에 부딪치는 빗소리가 더 운치있게 들렸다.
아주 한적한 시골마을 풍경이다. 저 멀리 보이는 산은 마치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마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거대한 장벽처럼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유후인노모리 열차가 지나가면 손을 흔들어주고 유후인노모리 열차를 사진찍기도 했다.
그렇게 풍경을 보면서 오는데 귀에서는 기분좋은 노래가 흘러나오고 눈에 보이는 풍경은 너무 좋고...그 순간 너무 기분이 좋았다. 사람들이 행복이라 부르는 감정이 이런건가? 싶을만큼....
하카타역에 도착해서 저녁을 먹으러 회전초밥집에 갔다. 인터넷에 후쿠오카 회전초밥이라고 검색하면 많이 나오는 우오베이라는 곳이다. 모든 초밥이 한접시에 105엔이다. 하지만 검정색으로 되어있는 접시만 조금 더 비싸다. 자리를 잡고 앉아서 먹고 있는데 한국어가 들려왔다.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남자 두명이서 와서 내 옆자리에 앉았다. 어떻게 먹는건지 한참을 헤메고 있길래 먹고 싶은거 먹고 나갈때 종업원 불러서 계산하면 된다고 했더니 앉아서 먹더라. 근데 그 분들 입맛에 안맞았던지 두명이서 고작 다섯접시 먹고 나가더라.
나는 혼자서 10접시 먹고 나왔다.
저녁도 먹었겠다. 술을 잘 마시지는 못하지만 일본 맥주가 맛있다길래 검색해서 알아둔 일본 맥주집을 찾아갔다. 하카타역 10층에 있는 A&K라는 맥주집이다.
아사히 맥주와 기린맥주를 주로 파는곳이라고 한다. 내가 인터넷에서 검색했을 때는 분명히 예쁜 맥주잔에 거품도 똥(?)모양처럼 돌돌 말아서 주던데 내가 시킨건 지극히 평범하게 나왔다. 그 맥주는 따로 있나보다. 그렇게 혼자 감자튀김에 맥주 한잔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일본에서 먹어 본 맥주? 술을 즐기지 않아 한국맥주와 비교하긴 어렵지만 더 고소하고 목넘김이 부드러웠다. (이건 지극히 개인적 기준이다.)
예정과 다르게 하루를 일찍시작한 만큼 일찍 마감했다. 밤 8시쯤 호텔에 들어가서 휴식을 취했다. 이렇게 일본에서의 3일째 날이 모두 끝났다.
내일은 4일째 되는날. 어기야~ 디여차~ 뱃놀이 하러 간다.
'나의 여행 > 2013 Hello 후쿠오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혼자 떠난 후쿠오카 여행 - [1-Day] 여행 첫날부터 컨디션이 엉망. (0) | 2013.09.01 |
---|---|
혼자 떠난 후쿠오카 여행 - [2-Day] 인생 최대의 고민 나가사키 야경 볼것인가? 말것인가? (0) | 2013.09.01 |
혼자 떠난 후쿠오카 여행 - [4-Day] 8월 불볕더위가 작렬하는 오후에 뱃놀이 해보셨나? (0) | 2013.09.01 |
혼자 떠난 후쿠오카 여행 - [5-Day] 이제 한국으로~ 일본 다시 올 수 있을까? (0) | 2013.09.01 |